지난해 말 전 세계를 괴롭히던 신종인플루엔자의 공포가 잠잠해졌다.
한편에서는 신종플루의 위험성이 고의적으로 과장되었으며 이는 신종플루 백신과 치료제로 막대한 이득을 챙긴 제약회사와 관련이 있다는 논란도 있지만 유행 속도가 매우 빨랐던 점을 생각하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유행을 선포하고 이에 기반한 발빠른 대응책을 마련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우리는 세계화의 덕(?)을 톡톡히 보았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관심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예방접종 덕분에 그동안 전무하다시피 했던 백일해 환자가 2000년대 들어 연간 12 ~ 13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다 2009년 66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백일해 진단 자체가 집계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 조사된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일해 진단을 위해서는 혈청 검사를 하게 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 검사 자체가 통일이 되어 있지 않고 항생제를 사용하였거나 예방 접종을 시행한 경우에는 가검물에서 균배양이 어려우며 또한 백일해 질환 자체를 접해 본 적이 없는 의사의 경우 기침등의 증상만으로 백일해를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 백일해란 어떤 병인가?
백일해란 소아 감염성 질환 중 가장 전염력이 강한 질환중의 하나로 면역이 없는 개체는 80 ~ 100%가 감염되며 5세 이하의 연령군에서 특히 발병률이 높다.
연령이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아서 1세 미만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다.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 전파되거나 기침 할 때 튀어나온 비말을 통해 호흡기 전파가 이루어지고 백일해에 감염되었으나 특징적인 소견이 없는 성인이 주요 감염원이다.
증상으로는 약 일주일 정도의 잠복기가 지나면 약 1~2주 정도 콧물, 경한 기침, 미열등의 가벼운 감기 증상을 보이다가 2주 말쯤 되면 특징적인 발작성 기침을 하게된다.
발작성 기침중에는 얼굴이 빨개지고 눈이 충혈되면서 기침 끈에 구토가 동반되고 끈끈한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발작성 기침은 약 2-4주 또는 그 이상 지속되며 그러다가 1-2주에 걸쳐 회복기에 들어선다.
이와 같은 백일해 환자가 증가한 이유로는 백일해균의 돌연변이가 환경 개선에 비해 쳐진 생활태도, 진단 기술의 진보, 건강에 대한 관심의 증가 등을 꼽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 중반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11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백일해 백신 추가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6세까지 모두 5번의 예방 접종을 실시하고 있으며 5번의 예방 접종으로 길러진 면역력은 8년 동안 유지되고 14세 무렵이 되면 면역력은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11세 무렵에 실시하는 추가 접종에 파상풍, 디프테리아 예방 백신만 포함되어 있을 뿐 백일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백일해는 청소년이나 성인이 걸리면 심각한 질환이 되지는 않으며 약 2주 정도 기침을 하다가 별도 치료 없이도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신생아들이 백일해에 걸렸을 때는 상황이 틀려진다.
30-40%가 호흡장애 등 합병증에 시달리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 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사망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백일해로 기침이 지속될 경우 영양실조로 이어져 성장 장애가 올 수도 있다.
여기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큰 문제는 백일해에 걸린 청소년이나 성인이 신생아를 포함한 영유아들에게 위험한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보건복지부에서도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겠지만 서둘러서 11세 추가 접종에 백일해 백신을 추가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되며 특히 당뇨, 암, 장기이식 등 고위험군 성인의 경우는 반드시 예방 접종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감기 증세가 신종플루나 백일해 같은 위험한 질병일 수가 있다.
면역력을 높일 수 있도록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성인의 경우에도 정기적인 예방접종을 통해 제2의 신종플루 공포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