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충남대 농대에서 열린 한국협동조합학회 춘계학술대회를 참관했습니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이호중연구기획팀장의 괴산 불정농협 사례 발표 등이 특히 유익했습니다. 이렇게 최근, 협동조합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솔직히, 속 시원히 고백하자면, 여전히 '협동조합'을 잘 모르겠습니다. 정확하게는 머리 말고 가슴으로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위정자들이) 국가가 수행해야 할 일일지라 창출, 그리고 사회복지 서비스를 민간 또는 민초에게 떠넘기려는 짓(=무책임하고 염치없는 MB스러운 꼼수)"이라는 편견과 불신을 좀처럼 떨쳐버리기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사회적)협동조합' 같은 행위는 법정스님이나 권정생 선생, 또는 안중근의사나 유관순누나 정도는 되는 숙성된 인격체들이나 감당할 수 있는 고매하고 상서로운 일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해소되지 않습니다.
사실 제 주위에는 유유상종인지라, 저를 포함해 그 정도는 되는 인격체들이 아무리 둘러봐도 5명이 채 되지 않는 듯합니다.
협동조합은 고사하고 영농조합법인 조차 구성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지난 날 산골마을에서,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한 3명이, 처자식과 새털같이 가벼운 잔고의 통장을 볼모 또는 담보로 배수의 진을 치고 획책하던 구멍가게 같은 사회적 기업 조차 창업하는 데 실패했던 기억이 아직 강렬하고 쓰라립니다.
그래서 '몬드라곤' 이야기가, 'FC바르셀로나' 누캄프 스타디움의 10만 조합원들의 함성이, 저한테는 시공간이 멀고 먼 나라의 동화나 우화처럼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참고로, 제가 세상에서 생활하는 무주에는 아직 '협동조합'의 깃발이나 현수막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이기적으로는, 그저 농촌의 빈 들녘을 바라보며, 따로 만들어 쓰고 있는 '마을시민'과 '마을기업'이라는 말을 가끔 다시 꺼내 닦고, 조이고, 기름 치고 있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곧, "이런 척박한 무주에서도 그 도구를 긴요하게 사용할 때가 오겠지"라는 막연한 기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다만, '배가 고파서든', '배가 아파서든', '처자식을 먹여살려야하는 절체절명의 절박함'이 눈앞에 닥친다면 이라는 가정은 더러 해봅니다.
그때 '협동조합'이란 물건이 '처자식을 먹여살릴만한 최소한의 물질적 실익'이 보장된다면 이라는 설정도 해봅니다.
거기에 '그럴듯한 정신적, 사회적, 공동체적 명분과 성취감'도 적당히 수반된다면 이라는 바램도 보태봅니다.
게다가 왕의 주식회사나 사단법인 같은 다른 도구나 방법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더 개선될 여지가 없다면, '협동조합'을 나서서 해볼 마음은 있습니다.
가령 '진짜 쓸모 있는 정책 연구개발 협동조합'이나, '안철수 의원보다 훨씬 더 새로운 정치 협동조합' 같은....이름하여 '3도(전라경상충청) 3농(농업농민농촌) 사회 민주적, 사회경제적, 사회 생태적 정책의 연구개발을 통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의 정치 협동조합' 같은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