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사회복지를 논할 때 가난한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는데 전혀 어색해 하지 않는다.
과연, 가난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사회복지대상자, 일명 클라이언트에게 그와 같은 수식어가 과연 합당한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우리사회의 복지의 방향성을 점검해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가난이라는 단어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반면에 배고프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현실적인 의미까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회복지란 과연 무엇인가? 우선, 사회복지란 뜻에 대하여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국민의 생활 안정 및 공중위생, 사회 보장 제도 등 복리(福利)를 향상시키기 위해 힘쓰는 일이나 그와 관련된 정책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복지는 ‘자선(慈善)을 생각하며 시설이나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사회복지정책이 정책입안자(政策立案者)에 의해 일방적 시혜성(施惠性)으로 전락하고 급기야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있어 편향성을 드러냄으로써 소모성(消耗性)사회적비용을 양산하는 불합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제도는 국민으로서 누려야할 보편적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으로 공정하게 시스템화해야하며 선진국가의 사회보장제도를 일부 스캔하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제도는 사회적 여건과 기반에 근거하여야한다. 법을 제정하거나 시행할 때 사회적인 공감대와 협의가 선행되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쩌면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다수결의 원칙이 낳은 폐단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보편적 협의와 공감대형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보다는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논리 앞에 사회적약자의 의견수렴과정이 배제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이 배제된 상황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사회적 약자가 배제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제정된 사회보장제도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심각한 인권유린현상으로 나타날 소지가 다분하다.
국민이 무시되고 지역민이 소개(疏開)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발전과 지역의 성장은 의미가 없듯 국가 발전의 최우선 시혜자(施惠者)는 국민이어야 하며 지역성장의 긍정적 효과는 지역민이 자긍심을 느끼고 행복지수가 높아질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사회복지는 곧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행복권보장을 위한 정책과 제도로 보완되어야한다. 이제라도 정치권은 사회복지 포퓰리즘이 가져온 정책오류를 인정하고 하루 빨리 개선책을 내놓아야한다.
생산적 복지는 스스로의 자구노력을 통해 자신의 행복추구권을 확보하려는 클라이언트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다.
일방적 시혜성(施惠性)정책이나 제도만으로 복지정책을 펼치다보면 결국 클라이언트의 무능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가난은 무능의 결과물이 아니라 사회 불균형의 폐해(弊害)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으로 ‘고기를 그냥 주지 말고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고 말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회보장제도는 고기를 잡는 법만이 아니라 고기들이 살고 있는 바다 곧, 지역과 국가를 사랑하는 법을 알도록 일깨우고 더불어 권리를 지켜갈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을 정비하여야한다는 생각이다.
그 바다에는 많은 고기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즉 국가나 지방자치정부가 시행하는 모든 복지정책의 저변에는 시행자(施行者)와 시혜자(施惠者)가 구별됨이 없어야하며 자구노력으로 가능한 사회보장시스템이 마련되어야하는 것이다. 복지는 인간으로서의 삶의 균등한 기회와 사회적 배분원칙에 기초한 최소한의 권리이자 공동의 의무인 것이다. 최근 복지예산의 고갈로 인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사실은 시사 하는바가 크다. 생산적 복지는 일방적인 제도나 정책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 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행복은 반드시 물질적인 풍요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국민 행복지수를 조사한 것을 보면 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나라는 태평양 남서부 인구 23만의 나라 '바누아투'였다고 한다. 이 나라는 문명과 최첨단 기기도 없고 땅과 바다에서 필요한 것들을 모자라지 않게 얻으며 살고 있는 나라이다. 이와 같은 통계에서 보듯 물질은 행복한 삶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겠으나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 규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는 100명의 어린이가 있는데 이 중에서 몇 명의 어린이만 도와주어 행복하게 만든다면 어떻게 할까? 물론 지나친 비약이라는 걸 인정한다 치더라도 몇 명의 어린이가 행복해 진다면 나머지 대다수의 어린이들은 불행을 느끼게 되므로 현실에서 신데렐라는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반드시 물질만이 행복의 구성요소가 아니라 작지만 모두가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 이것이 사회복지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복지정책이 제한적 시혜가 아닌 참여와 행복추구를 위한 공동의 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구조적 개선이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질지향적인 사회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우선되어야한다.
어찌 보면 사회복지는 엘리트복지체계에서 클라이언트를 선별하려는 자체에 모순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참여요 공동의 선을 위한 노력의 산물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깊어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