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문예운동가 용아 박용철 선생의 문학 산책 1 - 이성환 (시인) -1930년대 시문학사 개관 gsjn@daum.net |
2024년 01월 28일(일) 2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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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의 한국 시문학은 3‧1운동 직후 표방되었던 일제의 ‘문화정치’가 사라지고 ‘무단정치’가 강화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 것이 순수시 운동이었고, 이를 주도한 것이 우리 고장 출신의 ‘용아 박용철 시인’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30년대 우리 시단(詩壇)은 개화기부터 이어온 문예사조 혼류와 서구시 경험을 반성하고, 계급주의와 민족주의 등 이데올로기 문학으로부터 탈피하여 시의 본질에 도달하고자 했던 시인들의 각성과 인식에서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30년대는 여러 부류의 시들이 다양하게 실험되면서 꾸준히 변화 발전한 시기였는데 크게 프로문학파, 시문학파를 계승한 순수서정시, 모더니즘, 생명파 계열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프로문학파의 경향을 들 수 있다. 이는 1930년대의 시가 1920년대의 시의 부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관점에서 시적 성과가 무시되거나 간과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이 1920년대 신경향파 시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 민족과 민중들의 세계를 새로운 시 형식 속에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1930년대 시의 한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임화, 박세영, 권환, 이찬, 백철 등 프로시는 카프(KAPF)의 해산(1935)을 계기로 크게 위축되었지만, 시 정신과 시의 형상화 방법은 그 이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는 <시문학파>의 등장이다. 모더니즘 운동의 선구자인 정지용은 시의 예술성은 시 본래의 순수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자각에서 현재의 서정을 개척하는 일에 주력하는데, 이러한 작업은 박용철과 김영랑이 만나면서 구체화된다. 이들이 추구하는 시적 경향은 신석정, 정인보, 이하윤 등과 함께 동인지 『시문학』과 『문학』, 잡지 『문예월간』을 통해 발표했다. 각자 개성적인 추구를 했지만, 방향성에서 순수서정시에 대한 뚜렷한 의식, 시어에 대한 자각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일치를 보여주었다.
시문학파의 서정시 운동은 모더니즘이 꽃피던 시기에 사라지고 말았지만, 1930년대 말 자연에서 인간의 진실을 찾으려고 했던 청록파(조지훈, 박두진, 박목월)로 계승되었다.
세 번째는 모더니즘이다.
정지용, 박팔양에 의해 20년대부터 시작 경향이 나타나다가 1930년대에 이르러 이양하, 최재서, 김기림 등의 이론가들에 힘입어 문단 전면에 윤곽을 드러냈다. 이어 구인회가 조직(1933년 8월)되고 새로운 시인들이 합류하여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이들은 흄, 에즈라 파운드, 엘리어트 등 서구 모더니스트의 영향을 받았다. 정지용, 김기림, 김광균, 장만영, 이상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이 지향하는 것은 도시어, 문명어 또는 사물어를 사용한 회화성에 의한 사물의 객관화를 추구했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정서를 경시하고 감각적 표현에 치중하던 모더니즘의 시작 태도를 극복하면서 나타난 서정주, 유치환, 김상용, 김현승, 이육사 등 생명파를 포함한 시인들이다. 이들은 시 전문지 『시원』, 『시인부락』, 『시건설』, 『낭만』, 『시인춘추』, 『자오선』 등을 통해 생명력의 고양, 고독의 절대성, 생과 자연의 관조, 지사적 면모를 보여주는 등 개성적인 시 경향을 구축해 나갔다. 이들을 한 직선 위에 놓을 수 있는 점은 각기 우리 시에 서정성을 심화시켜주고 그 폭을 넓혀 주었기 때문이다.
◇ 용아 박용철 선생에 대한 문학적 위상의 재평가
이러한 1930년대 시문학적 맥락 안에서 용아 박용철 선생의 시적 가치와 문학적 위상을 자리매김해 볼 필요가 있다.
선생은 단순히 시문학 동인을 결성하고, 『시문학』을 창간하여 우리 문학사에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한 유능한 시인이며 잡지 편집인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서정을 새로운 양태에 담아내려 했던 시 창작뿐만 아니라 시론(詩論)과 해외문학 번역 소개 등 문학을 향해 쏟은 선생의 열정과 노력은 한국 문학사에서 정당하게 재평가되어야 하기에 ‘용아 박용철의 문학’에 대한 연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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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박용철의 시적 가치와 새로운 가능성, 김병호(2022)
2. 박용철과 기교주의 논쟁, 강영훈(2015)
3. 용아 박용철의 예술과 삶, 류복현 외(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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