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영 문 대 표 이 사

해마다 연말에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 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라는 표현이 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여느 해보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해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지난 9월 김대중 전대통령의 서거와 그에 앞서 5월에 전 세계의 톱뉴스로 국제적인 망신을 샀던 노무현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은 우리를 한동안 우울하게 했다.
또 2월에는 모든 국민의 안식처로 불리던 김수환 추기경이 세상을 떠나는 등 국가적인 대들보였던 분들이 차례로 우리의 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났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당선 시킨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국민적 합의가 안 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또 다시 국론을 양분시키고 야당 국회의원들을 길거리로 내 몰았다.
4대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MB정부나 대화와 타협보다 길거리를 자천하는 정치인들 모두가 나름대로 마음에 품은 높은 뜻이야 있겠지만 가득이나 어려운 경기 속에 대다수 서민들의 속만 타 들어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서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속보이는 의도는 이제 국민들을 속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도 동서로 나눠진 국민들은 자신이 속한 땅의 후보자들에게 아무런 검증 없이 몰표를 던지기에 서슴지 않을 것이다.
마누라와 장모 그리고 10명의 생명을 앗아간 연쇄살인범인 강호순이 우리의 비뚤어진 세태를 대변하고 있어 우리를 슬프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년 연말연시면 들불처럼 일어나는 소시민들의 이웃사랑이 이 모든 슬픈 소식을 잠재우고 새로운 한해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으면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사랑을 나누는 작은 사랑실천 소식이 우리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잘사는 부자들의 기부보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정치인들이 억지 춘향으로 베푸는 선행보다 몇 배 더 기분 좋은 소식으로 우리를 흥분 시키곤 한다.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이 아닌 소외된 사람들이 베푸는 온정의 손길이야 말로 진정한 인간 승리 그 자체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기축년 한해도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희망을 품고 달려오는 경인년을 바로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기축년의 어려움과 실망감 등을 뒤로하고 이제 새로 달려오는 白虎에 몸과 마음을 싣고 또 내일의 희망을 꿈꾸며 다가오는 새해에 열심히 살아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