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문 대표이사

한국 정통심리학에서는 나의 두 모습에 대해 ‘칠정(七情)의 나’와 ‘본성(本性요)의 나’로 분류하고 있다.
칠정에 사로잡히면 한순간에 감정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나에게 잘해주면 웃고, 그렇지 않으면 우울해하고, 나를 인정해주면 기뻐하고 나를 무시하면 화를 낸다.
그러나 본성을 회복하면 칠정의 감정에서 벗어나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지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포용한다.
또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양보할 줄 알고 만족함과 함께 매사에 감사할 줄도 안다.
각박해지고 복잡다단해진 사회에서 칠정에 사로잡힌 드러난 나 자신을 버리고 또 다른 본성의 나를 찾을 필요가 있다.
요즘 광산구청 공무원들이 아침, 저녁 자율학습이 한창인 것으로 들려온다.
필자도 아침, 저녁 자율학습은 고등학교 다닐 때 도시락 두 개 싸가지고 가서 해보고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는데 공무원들의 뒤 늦은 자율학습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 관심이다.
공무원들의 아침 자율학습은 민형배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민 구청장은 평소 부지런해 거의 7시가 넘어서면 구청에 출근할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구청장의 출근시간이 빨라지니 자연히 간부 공무원들의 출근시간도 앞당겨진 것이다.
민 구청장은 알려진 것처럼 토론에 뛰어나다.
지금까지 공무원들은 구청장의 하향식 지시에 길들여져 있었으며 그렇게 권한과 책임을 적당히 활용했다.
하지만 최근 민구청장은 구정의 주요 과제에 대해 철저한 검증과 토론으로 공무원 사회를 몰아가고 있다.
당연히 부작용도 있고 일부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자율을 인정하고 위임한 권한을 사용하고 분명히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에 따라서 자연스레 공무원들의 아침 자율학습은 시작된 것이다.
구청장의 임기는 4년, 공무원의 임기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60세 정년까지다.
민 구청장이 재선 또는 삼선으로 지금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불과 4년의 임기로 공무원의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전임 구청장들에게 가장 어려운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공무원의 개혁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괘종시계의 태엽처럼 감아 논 만큼만 돌아가는 공직사회도 자신들 스스로 개혁에 참여해야 하지만 임기 4년의 구청장이 공직사회의 분위기와 제도를 바꾸어 놓고 나서 임기를 마친 후가 더 큰 문제 아니겠는가.
부디 성공적인 공직사회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오후 10시에 퇴근하는 공무원들이 먼저 지쳐 쓰러지지는 않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