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약 90%가 자신도 모르게 혹은 심한 통증을 느끼며 앓고 있는 병.
예전에는 버선발 기형, 최근에는 하이힐 병이라고도 불리며 여성들의 발 건강을 위협하는 이 병은 바로 무지외반증이다.
엄지발가락이 변형돼 엄지발톱 쪽은 바깥으로 휘고, 엄지발가락 중간 관절은 안으로 튀어나오는 증세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중 150만~200만 여명 정도가 이 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여성의 5~10%가 통증을 느낄 정도의 무지외반증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돼서 나타난 통계다. 경증으로 통증을 느끼지는 않지만 미세한 발 변형이 온 경우를 합하면 우리나라 여성의 약 90%는 이 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하이힐 병’이라고도 부르며, 최근 여성들의 패션에 킬힐(Kill heel)이라고 해서 아찔하게 높은 굽의 신발이 유행하면서 무지외반증의 원인이 하이힐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무지외반증은 굽 높이보다는 신발 앞쪽 폭이 좁은데서 악화된다.
하지만 10cm를 훌쩍 넘기는 킬힐이 건강에 무해 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킬힐과 같이 뒷굽이 매우 높은 신발은 자연스럽게 체중이 앞 발가락으로 쏠린다. 특히 앞 코가 뾰족하고 좁은 디자인은 발가락을 더욱 심하게 압박하고 다리와 발목에 큰 부담을 준다.
우리 무릎 관절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체중의 2배에 달하는 하중에 시달리는데 여기에 킬힐과 같은 신발을 신었을 때의 하중은 4~5배 이상 높아진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무릎 관절 속 뼈와 뼈 사이에 있는 연골이 약해지고 통증까지 느껴지는 ‘연골연화증’이 발생한다. 연골연화증은 무릎 관절의 퇴행을 훨씬 빨리 앞당겨 훗날 중년-노년기에 접어들어 보행의 자유를 얻기 위해 관절내시경 수술이나 인공관절 수술까지 해야되는 상황에 치닫을 수 있다.

간단한 시술로 영구치료 가능...방치 시 발전체 변형에 관절질환까지

‘무지외반증’이라는 병명부터 대단히 심각하고 무서운 병으로 느껴지기 쉽지만, 많은 여성들이 흔히 앓고 있는 질환이고 또한 치료수술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무지외반증 초기라면 발가락 사이 보조기 착용이나 교정 깔창 등으로, 심한 경우에는 엄지발가락의 뼈와 인대를 일자로 반듯하게 잡아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튀어나온 엄지발가락 뼈 일부를 잘라 똑바로 세워 이 상태를 고정시키기 위해 엄지발가락에 철심을 박아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절골술이 대표적이다. 마치 큰 수술 같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매우 간단한 수술이다. 수술 시간은 보통 30~40분 정도가 걸리는데 경험이 많은 족부 전문 정형외과 의사는 20분 내외로 끝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수술시 발목 부위에만 마취를 하기 때문에 마취에 따른 부담도 한결 적어졌다. 수술에 따른 통증도 수술직후 하루면 가라앉고 수술 후 바로 걸을 수 있다. 입원도 1주일정도면 충분하다. 또 무지외반증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실제 환자 본인이 부담할 치료비는 50~80만원 내외다. 박힌 철심은 피부 안쪽에 있고, 수술 후 6주 정도 후 간단히 제거하면 된다.
과거에는 수술 후 6주 간 깁스를 했지만 지금은 특수신발이 나와 수술 후 3일째부터 정상보행이 가능해 일상생활에도 전혀 지장이 없고 수술 후 6개월여 후에는 하이힐도 다시 신을 수 있다. 또한 재발률이 1% 이내로 영구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이 무지외반증이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많이 알려졌는데도, 아직 이 병의 치료와 수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엄지발가락이 휠대로 휘고 통증 또한 심한데도 병원을 찾지 않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이다.
무지외반증이 진행되면 변형된 엄지발가락이 나머지 발가락도 함께 압박하게 돼 발가락 전체에 변형이 올 수 있다. 이런 경우 수술과 교정범위가 넓어질 뿐만 아니라 다리전체의 균형을 잃고 엉덩이관절과 무릎관절에까지 통증과 무리를 주게 된다. 심한 경우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까지 올 수 있어 나중에는 무지외반증 자체보다 무릎으로 더 고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