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로 불리는 가을,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풍요로운 계절을 두고 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원래의 뜻은 변방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보내는 변방의 사정을 알리는 말로 북방 흉노족의 가을에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하는 침입을 대비해야 한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이다.
중국 은나라 초기에 중국 북방에서 일어난 흉노족은 주(周), 진(秦), 한(漢)의 세 왕조를 거쳐 육조(六朝) 시대에 이르는 2천여 년 동안 북방 변경의 농경 지대를 끊임없이 침범하고 약탈해 온 유목 민족이다.
그들의 주거지는 중국 본토의 북쪽에 위치한 넓은 초원 지대였는데, 봄부터 여름에 걸쳐 풀밭에서 배부르게 풀을 뜯어먹은 말들이 가을이 되면 살이 통통하게 쪘다.
가을 이후로부터는 풀이 마르고 혹독한 겨울 추위가 시작되어 긴 겨울을 살아갈 양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흉노족은 가을에 살이 찐 말을 앞세워 변방을 마구잡이로 침입했으며 이로 인해 인근 국가들은 흉노족의 침략에 항상 시달려야 했다.
천고마비에 고대 중국의 왕들은 흉노의 침입을 막기 위해 고심했는데, 전국 시대에는 연(燕) 조(趙) 진(秦)나라의 북방 변경에 성벽을 쌓았고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이들을 멀리 쫓아내며 또 다시 침입할 것을 염려했다고 한다.
때는 이미 초겨울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지만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풍요로운 계절, 가을에 시작된 한미FTA 비준안이 한나라당의 기습, 강행처리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한나라당은 비준안을 기습으로 처리하고 나름 느긋하다.
반면에 민주당과 야권은 또 다시 거리로 나서고 있다. 날씨도 몹시 추운데.
농수축산의비중이 큰 광주와 전남은 입이 달린 사람은 모두 한 목소리로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한미FTA 비준과 관련해 논란을 빚고 있는 ISD는 호주에서 문제가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송이 발생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호주의 금연법과 미국의 담배 수출회사의 소송결과에 따라서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듯 싶다.
중국 은나라 때 생겨난 천고마비나 최근 가을 무렵에 시작돼 나라가 시끄러운 한미FTA나 마찬가지다.
북방의 이민족이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니 이웃나라를 침입하려고 하는 천고마비나 한미FTA비준안 기습처리로 우려를 낳고 있는 우리모양새나 걱정은 매 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