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심각한 상태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요즘 교육당국에서 학교폭력근절책으로 내놓은 방법이 가히 벼룩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려는 우를 범하고 있다.
교육 당국자들은 머리를 써도 왜 그런 머리를 쓰는지, 책상에 앉아 그렇게 할 일이 없는지,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다.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과 관련한 사항을 모조리 기재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의 집단반발을 자초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해 상대에게 서면사과한 내용부터 중학생은 5년, 고등학생은 10년간 유효하도록 생활기록부에 적시한다고 한다.
현대판 연좌제도 아니고 철부지들을 아예 전과자 취급하려는 모양이다.
학교폭력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어 교육당국의 옹색한 입장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철모르는 어린 시기에 한번정도는 실수 할 수도 있는 일을 가지고 5년에서 10년간 생활기록부에 기록해 전과자 취급한다는 발상은 해도 너무하는 처사로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를 두둔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을 마치 상습적인 학교폭력의 범죄자 취급하려는 의도가 엿보여 제도자체를 전면 부정하려는 것이다.
학교폭력이 심각해 아이들이 자살하고 병원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문제점을 공감하고 걱정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학교장에게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교육당국이 개입해 생활기록부 기재 운운하는 일은 그 자체가 공교육의 부실화와 교권 침해로 이어진다.
학교에도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한 교사가 많다.
일선 학교에 자율권을 부여하고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 하도록 오히려 힘을 실어줘야 학교폭력이 줄어드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며칠 전 일요일 점심 무렵에 아들 녀석의 얼굴에 “나 기분 나빠요”가 쓰여 있어 꼬치꼬치 물어봤더니 집에 오는 길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형 3명에게 도로에서 돈을 빼앗기고 발로 채였다고 했다.
자신의 자식이 기분이 나쁜지, 어디가 아픈지 정도는 부모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내 자식이 밖에서 돈을 빼앗고 다니는지, 빼앗기고 다니는지는 알아야 분명코 부모 자격이 있다.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 말을 잘 들을까.
부모말도, 선생님 말도 듣지 않는 아이가 생활기록부에 폭력사실을 기재한다고 착한 학생이 될 것인가.
아이들을 미성년자라고 부른다.
아직 성인이 아니라는 말로, 매나 전과자 취급보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더욱 절실한 때다.
교육당국은 왜 꾀를 내도 꼭 죽을 꾀만 내는지, 높은 자리에 있는 당국자들의 월급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