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답 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성장했다.
넘어져서 다쳐도 남자답게 씩씩해야지 울면 안 된다고, 여자아이에게는 다소곳하고 조신하게 여자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다.
고 노무현대통령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음을 먼저 밝힌다.
하지만 재임시절 대통령답지 못하게 행동한 것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당시 노무현대통령은 평검사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으며 “자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지요”라는 유행어를 나겼다.
대통령이 평검사와 대화를 화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평검사와의 개혁적이라는 미명아래 벌인 대화에서 오히려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으며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으니 대통령답게 행동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작년 7월 정도의 일이다.
필자는 민형배 구청장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구청장실을 찾았다. “취임을 축하합니다”라는 말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민형배 구청장은 “나는 촌지를 주지 않습니다”라는 말로 화답했다.
지역 언론사 대표가 마치 구청장에게 촌지를 받을 냥으로 찾아간 셈이 된 것이다. 민 구청장은 자신이 기자할 때도 촌지를 받지 않았으니 자신도 주지 않겠다는 말을 이어갔다.
민형배 구청장이 선거에 당선돼 자신의 방에 있지만 왠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돌아서 나와야 했으며 구청장답지 못한 말과 행동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상대를 바라보는 잣대가 가지고 있어 어떤 행동이나 일을 보고 그 사람답지 못했다, 혹은 역시 그 사람답다는 말로 상대를 평가하곤 한다.
‘답 게’ 산다는 말이 어렵게 들리기도 하지만 자연스러운 것이 한편으로 ‘답 게’ 사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식들의 장래가 되며 미래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아버지답게 행동해야 부인과 자식들에게 존경을 받고 가정이 바로 서며 이웃과도 잘 지낼 수 있다.
아버지가 술이나 만취해 집에 들어와 악이 질러대고 되지도 않는 일에 오기나 부린다면 어떤 자식이 아버지를 존경하겠는가.
아버지답게 행동하지 못한다면 자식들은 집에 들어오기를 꺼려 할 것이며 자신의 일에 흥미를 잃고 방황할 것이 자명하다.
아버지는 자식들로부터 최소한 존경을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면 문제가 제법 심각해진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정치인은 정치인답게 그리고 대통령, 시장, 구청장은 자신이 아닌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을 위해 사는 것이 ‘답 게’ 사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