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삼겹살도 많이 올라 1인분에 1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따라서 삼겹살로 외식을 하려고 4인 가족이 나서면 최소 5만 원이 소요된다. 소주에 음료를 더하면 금방 6만원이 넘어간다.
마트에 갔더니 20kg 쌀 한포대가 3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의아심에 자세히 살펴보니 2009년 재고미라고 붙어 있다.
얼마 전 쌀값이 약간 오르더니 정부에서 물가상승을 부추긴다며 재고미를 대량으로 방출한 모양이다.
사먹는 시민들이야 무조건 가격이 싸면 좋은 일이지만 농민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다.
20kg 쌀 한 포대를 사면 4인 가족이 보통의 가정에서 한 달을 먹는다. 한 끼 외식비보다 싼 20kg 쌀 한 포대.
올해는 예년과 달리 '쌀값이 많이 오를 것이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농민들이 수확 철을 앞두고 기대감을 갖고 있었지만 정부는 농민을 그다지 좋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정부가 수확을 앞두고 물가 안정을 이유로 비축미를 대거 방출해 오늘도 농민은 거리로 나서고 시민들은 마트로 나선다.
거리로 나선 화난 농민들은 '저가미 방출 중단'을 촉구하면서 저가로 방출하고 있는 쌀을 뿌리며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다.
시민들은 강 건너 불구경으로 정부에서 방출한 저가미를 3만 원보다 적게 주고 산 후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향한다.
農者天下至大本이라는 말을 듣고 자라면서 밥 한 톨이라도 버리면 혼 줄이 나는 농사짓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이 시대의 어른들. 누구 하나 농민의 자식이 아닌 사람이 없다.
매년 가을 수확 철이면 농민들은 왜 거리로 나와야 할까. 한 끼 외식비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쌀농사를 지으면서 매년 화를 내고 거리에서 쌀을 뿌려대는 것일까.
우리는 너무도 싼 가격에 쌀을 사먹고 있음이 분명하다.
농민에게 미안함 마음까지 가질 필요는 없지만 쌀값이 조금 오른다고 작년 재작년의 재고미를 방출하고 농민을 짓밟는 정부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10여 년 동안 쌀농사를 지으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값을 받아본 적이 없는 농민.
물가 상승의 주범이 마치 농민인 것처럼 이야기 하는 정부의 정책에 화가 나는 농민.
인건비는 물론 농약, 비료, 유류비 등 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게 돼 버린 농민.
'2009년산 저가미 방출 중단'과 '선지급금 6만원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농촌의 현실 앞에서 우리는 오늘도 한 끼에 소고기도 아닌 삼겹살, 최소 5만 원이 넘어가는 외식을 한다.
오늘도 농민은 거리로 나서고 시민들은 마트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