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제2진료실 원장

진료실에서 환자분들 상담하다 보면 자주 듣는 애기 중에 하나가 ‘원장님 한약은 꼭 살 안 찌는 한약으로 처방해 주세요.’ 무슨 말이냐 하면 예로부터 한약을 많이 복용하면 살이 찐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속설은 분명히 알고 환자분들이 한약을 복용하여야 한다.
주로 한약을 복용하면 입맛이 너무 좋아진다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들은 어렸을 때 한약을 많이 먹어서 현재 체중이 많이 불었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사람들은(한의학적으로 화평한 사람을 일컫는다) 알맞은 식욕에 식사도 적당하게 섭취하며 과식하지 않고 소화도 잘되고 체내 기혈순환도 원활하게 돌아간다. 한의학에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치료도 이와 같이 화평한 인간 즉 기혈순환 잘되고 음양이 조화로운 체질로 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식욕이 좋아졌다면 그것은 비위(위장) 기능이 허약하여 입맛도 없고 소화 기능도 현저히 떨어지며 거의 식사를 하지 못하여 무기력한 환자들에게 건강한 체질로 변화시키기 위하여 한약을 처방한 것이다. 또한 실제 한약의 평균 칼로리는 하루 분량이 200cal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현대 사회는 영양실조로 인해 기인한 질환군보다 영양이 과다 섭취하여 오는 질환군이 훨씬 많다. 물질적으로도 예전보다는 풍요로워 졌고 식이도 육류의 과다 섭취 고칼로리 간식을 즐기고, 더구나 복잡한 세상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장에 열이 쌓여 과식을 하기 십상이다. 위장의 열을 식혀주어 폭식이나 과식하는 증상을 완화시켜주고 오히려 습담(노폐물)을 빼주는 기능의 한약을 사용하여 정상적인 환경으로 돌려주어 건강한 삶을 유지하게 해 준다.
한약의 궁극적인 목표는 체내의 부족한 기운은 보충하고 불필요하게 쌓인 기운은 덜어내는 것이고 체격으로 쉽게 말하자면 야윈 사람도 뚱뚱한 사람도 정상이 아니니 보통 체격이 되도록 도와주는 게 한약이지, 야윈 사람이 한약 먹고 뚱뚱해진다든지 뚱뚱하던 사람이 한약 먹고 말라깽이가 되도록 하는 게 한약이 아니다.
주위에 한약을 먹고 살이 찌는 사람이 있다면 한약을 잘못 써서 위장의 열을 더욱 가중시켜 식욕을 과도하게 항진시키고 노폐물(습담)을 더욱 많게 해 주는 것인데 막힌 도랑에 물 붓기 격으로 이런 경우는 비전문인이라면 몰라도 정식 6년제 교육을 받은 한의사라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풍부한 의학 지식으로 정확한 체질 판단을 바탕으로 처방받은 한약이면 한약 대문에 비만해질 거라는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 다만 현대 사회가 워낙 고열량 욱식 위주의 잘못된 식습관과 스트레스가 과도한 환경에 노출되어 비만 환자가 더욱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건강하게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