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는 말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상대방과 소통하라(虛而待物)!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춘추시대에 거문고를 만드는 경지가 신기에 달한 장인이 있었습니다.
왕이 그 비결을 묻자 그 장인은 답했습니다.
"저는 목수에 불과합니다. 비결은 없습니다.
다만 악기를 민들기 전에 몸과 마음을 께끗히 합니다.
그렇게 사흘을 보냅니다.
그러면 악기를 잘 만들어 상을 받는 등 그런 잡다한 생각들이 사라집니다.
다시 닷새를 보냅니다.
그러면 세상사람들의 비난이나 칭찬따위에 초월하게 됩니다.
다시 일곱날을 보내면 이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비움의 상태가 됩니다.
그때야 비로소 악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바로 나의 생각을 버린다는 것입니다.
나와 상대에 대한 기존의 나의 생각을 버린다는 것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너는 이런 사람이다>하는 편견을 버린다는 것입니다.

사물은 우리가 그렇게 불러서 그런 것처럼 보일 뿐이고
상대방은 다만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에 그런 사람일 뿐입니다.
상대방은 사실은 나의 생각과는 별개의 본래의 그 사람입니다.

소통은 <내가 생각하는 그>와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는 별개인 <본래의 그>와 대화하는 것입니다.
본래의 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서 나와 그 사람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
그것이 나의 마음을 비운다는 것입니다.

즉 소통은 남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고 나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나와 상대방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지우는 나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소통은 부단한 자기 부정의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장자는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
<길은 걸어가면서 만들어간다>고 했습니다.

내가 나의 편견을 버리고 본래의 그에게 다가갈 때
비로소 상대방도 마음의 문을 열고 본래의 나와 마주할 것입니다.

<내가 그대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시인 김춘수도 진정한 소통이 그리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