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언론자유의 표현이 언로(言路)인데 자주 냇물과 비교되었다. 냇물이 막히면 썩는다는 뜻인데 조선왕조실록에 ‘언로’라는 말이 무려 4700여건이나 등장하고, “언로가 통하면 국가가 편안하고 언로가 막히면 나라가 망한다”고 기술되었을 정도로 언로의 소통을 중시했다.
조선의 언론기관은 사헌부·사간원·홍문관 등인데 여기 소속된 관원들을 언관(言官) 또는 간쟁한다는 뜻에서 대간(臺諫)이라고 불렀다. 심지어 언로를 보장하기 위해서 언관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도 되었다.
요즘으로 말하면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왕이 간혹 출처를 요구하기도 했는데 언관들은 삭탈관직을 감수하면서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한다.
언론 진흥에 가장 앞장섰던 왕은 세종이다. 세종은 상소문을 도승지가 받아서 추려내 올리던 관행을 없애고, 왕에게 직접 언론이 전달되게 했다.
또한 사간원, 사헌부에 이어 그가 만든 집현전도 언론 기능을 하게 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들어 “누구나 그 뜻을 담아서 펴도록” 한 것도 사대부에서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생각과 뜻을 펴도록 하기 위한 최고의 언론 진흥 정책이었다.
물론 언론이 당쟁의 도구가 되어 사림파와 훈구파, 서인과 남인으로 나뉘어 상대를 비난하고,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도 없지 않다.
광산구의 현 언론정책을 보면 마치 군사독재 시절의 언론관을 가진 사람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언로가 막히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은 조선시대에만 통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 언론이 쓴 소리를 한다고 해서 보도자료 조차 제공하지 않으며 거기에 취재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지역과 소통할지가 의문이다.
광산구는 지역 언론의 작은 소리도 귀 기울이는 자세가 지금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