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거시기와 머시기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거시기와 머시기 또 쩌시기에는 무슨 의미가 담겨 있을까.
애매하고 기억이 잘 나지 않을 경우 쓰는 말이지만 신통하게도 상대는 알아먹고 대답을 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가 섞인 단어다.
우리말은 정감이 넘쳐흘러서 그런지 거시기 해도 알아듣고 머시기 해도 알아먹는다.
상대가 정확하게 말하지 않아도 대충 알아먹고는 크게 나무라거나 허물하지 않는 언어문화 속에 살고 있다.
모두 정적인 문화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 생각하지만 아쉽다. 대충 말하고 대충 알아듣는 정적인 문화가 정확성을 요구하는 지금 이 시대에 꼭 맞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무튼 대부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내일보세”도 문제가 있는 표현이다. 만남을 기다리는 사람은 하루 종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내일보세라고 말한 사람은 일보다가 시간나면 보자는 소리란다.
“이따 다시 통화하세” 이 말은 전화를 한다는 소린지, 하라는 소린지 참으로 알듯 모를듯하다.
“서로 전화를 기다리다가 나중에 통화할 때 꼭 하는 말 ”나는 네가 전화할 줄 알았지“ 서로 그런다.
“언제 밥 한 번 먹자”라는 말도 자주 듣지만 자주 쓰고 산다.
대개의 경우 전화 또는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그냥 싹둑 말을 자르고 돌아서자니 막상 서운해도 그냥 인사말로 하는 소리로 듣는 사람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말을 무심코 흘려듣지 않고 “밥을 먹자고 했으면 날을 잡아야지” 하는 성격의 소유자도 분명 있다.
누가 옳고 그르다 할 수 없는 일이다.
“언제 한번 보세” 라는 말도 자주 쓴다. 언제 볼지는 모르지만 인사말로 해댄다. 하지만 “다음 주나 보세, 다음 주나 식사한번 하세”라고 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말하는 사람은 대충 하지만 이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는 사실이다.
기다리는 성격의 소유자는 자신의 경우 대충 말하지 않고 약속을 하면 지키는 사람이다.
요즘 아이들이 하는 말로 영혼이 없는 상태에서 “언제 밥 한 번 먹자”와 “언제 한번 보세”라는 말 문화는 이제 바꿀 때가 됐다.
외국에서는 상대가 말했을 때 내가 너의 말을 이렇게 받아들이는 게 맞는지를 되묻는 정확한 대화 문화를 가끔 본다.
우리의 거시기, 머시기 문화는 대충 말하고 대충 알아듣는 자칫 오해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정확하게 말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오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영혼 없는 대충의 말 표현보다 가끔 삭막하더라도 정확한 표현이 필요하다.
정적인 문화에 익숙한 우리 사회, 갑자기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정확한 단어로 설명하고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정이 묻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