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일전 광산구청을 방문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고성이 들려 우연히 쳐다보게 됐다. 상식으로 납득이 잘 가지 않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6급 공직자가 5급 공직자를 세워두고 호되게 나무라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것도 직원들이 모두 근무하고 있는 장소에서 벌어진 일로 5급이면 한 실과의 책임자로 6급 공직자에게 된통 혼이 난 실과 책임자의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내용은 자세히 모르지만 일견 6급이 5급을 무지하게 큰소리로 혼을 내는 모양은 광산구 공직자들의 무너진 상하관계를 한 눈에 보여준 사건임에 틀림없다.
구체적인 내용이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의 입장이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단순히 6급이 5급을 혼낸 것으로만 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냈다.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는 비서들을 총괄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로 그림자처럼 드러나지 않는 자리다.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명사로 비서나 비서관이 사무를 보는 방의 으뜸 직위. 또는 그 직위에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는 행위나 공직자들에게 큰소리로 나무라거나 강압적으로 지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비서실장으로 자격이 없다.
비서실장은 비단 대통령만 두는 자리는 아니다. 또 비서실장의 전횡은 익히 알려진 바다.
최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전직 비서실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조씨는 비서실장에 임명되기 전 2012년 5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정보통신공사업자 3명을 상대로 "정부기관에서 발주하는 공사를 수주하도록 해주겠다"며 총 1억6100만원을 수수한 혐의다.
광산구도 전임 비서실장도 관급자재 납품 편의제공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벌금 4000만원, 추징금 3800만원과 함께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당시 재판부는 판부는 광산구 전임 비서실장이 구정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범행을 저질렀으며 범행으로 공공업무와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과연 비서실장 자체만을 놓고 뇌물을 건넨 사람이 있을까.
누구의 비서실장이든가 간에 그 뒤편에 반드시 실력자 또는 권력자가 도사리고 있게 마련.
실제 대부분 뇌물을 건네는 사람들은 비서실장이 아닌 뒤에 있는 권력자를 믿고 뒷거래를 시도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비서실장은 항상 겸손하고 또 모든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뒷말이 무성한 자리인 비서실장은 상추밭에서도 신발 끈을 고쳐 맬 때 주위를 잘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