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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조합장 선거 바꿔야 할 게 정말 많다

농협 조합장 선거 바꿔야 할 게 정말 많다
  • 입력 : 2023. 03.27(월) 09:50
  • 광산저널
[광산저널]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마무리되고 광산구 8개 농협의 당선자들이 일제히 조합장에 취임했다. 지난 20일 광산구 A농협이 조합장 취임식을 마치고 대낮 술판을 벌이고 폭탄주를 말아 자신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일행은 당선된 조합장과 직원, 이사, 조합원 등 줄잡아 20여 명이다. 대낮부터 얼굴이 불그스레하게 한잔씩 걸치고 기분 좋게 식당을 나섰다. 이들은 소고기 전문점에서 무려 1백만 원 가까운 돈을 한 끼 식대로 쓰고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농협 직원들이야 조합장이 함께 있으니 술을 마다할 일도 거절할 필요도 없다. 대낮 낮술 근무를 한들 누가 무어라 하겠는가.

농협의 수많은 조합원은 새로 당선 또는 재선 3선한 조합장이 이런 행동을 하는 줄 아는지 모르는지, 누구의 돈으로 술을 마시고 소고기를 먹는지 알고나 있을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이 같이 승자의 기쁨을 누리고 부어라 마셔라 하는 일이 비단 광산구 A 농협에 한정된 일은 아닐 것이다. 승자의 기쁨을 누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뽑아준 조합원을 생각하면 자제해야 할 일이다.

광산구는 8개 회원 농협이 있다. 규모를 갖춘 농협은 비아. 하남, 송정이 전부이고 나머지 농촌동 농협은 겨우 명맥만 유지할 뿐이다. 농협 조합장 선거 때마다 동네가 나뉘고 서로 헐뜯고 싸우고 난리가 아니다. 또 돈을 받고 조합장을 뽑는다는 말이 공공연할 비밀로 누구나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 송정, 하남, 평동농협이 조합장을 바꿨다. 현직을 이기기 힘들다는데 한마디로 이변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조합장 선거가 끝났으니 상임이사와 상임감사 선거, 이사와 대의원 선거 등 줄줄이 선거가 이어질 것이다. 또 한 번 유권자인 조합원들은 홍역을 치러야 할 판으로 서로 이전투구를 하고 편 가르기를 할 것이 분명하다.

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바꿔야 할 게 정말 많다. 먼저 현직 조합장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깜깜이 선거’를 바로잡는 일이다.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은 조합장 자리에 새롭게 도전하는 후보자에게는 선거운동 등에 제약이 너무 많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합장선거는 선거운동을 후보자 본인만 할 수 있고 선거사무소를 꾸리지 못해 선거운동원 등 조력자의 도움 없이 오직 후보자 스스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한계가 있어 현직이 당연히 유리하다. 선거운동 기간도 13일로 매우 짧아 유권자인 조합원을 접촉하기 힘든 구조이며 문자메시지 전송과 전화 통화만 허용되고 현수막 한 장 걸지 못하게 돼 있다. 조합원 가구를 방문해 명함을 나눠줄 수도 없고 후보자의 공약을 알리고 후보자간 우열을 따져볼 수 있는 토론회도 전무하다.

현직 조합장의 경우 임기 동안 조합원들과 숱한 접촉의 기회를 가지니 그야말로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지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충분하다. 농협중앙회도 2020년 이후 위탁선거법 관련 개정안이 30여건 국회에 제출됐지만 성과는 없었고 최근에도 2건이 추가로 발의하는 등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서둘러 법을 바꿔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다.

각종 선거가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깊이 들어가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농협의 각종 선거도 조합장과 상임이사·감사, 이사, 대의원을 한꺼번에 뽑아 시간과 비용 등을 아끼는 대안이 절실하다.

광산저널 webmaster@gsj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