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지난 9일 민형배 광산구청장 당선자를 취임준비 기획단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민 당선자는 일부 민감한 질문에도 불구하고 평상심을 잃지 않고 본인의 소신과 철학을 상세하게 설명해 일부의 편견을 불식시켰다.
특히 광산구 공무원의 인사와 관련,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밑에서 배운 ‘인사 철학’을 그대로 적용할 것으로 밝혀 공직사회에 새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민 당선자는 “2014년 호남고속철이 개통되고, 송정역을 통과하는 고속철 노선이 늘어나면 송정역은 자연스럽게 광주의 대표역이 된다”고 말했다.

♦ 광산구 일부 공무원들은 민형배 당선자와 연줄을 대기위해 누구를 접촉해야 하는지 수소문하고 다닌다는 설이 나오는 등 공무원 인사를 바라보는 구민들의 시선에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앞으로 인사를 어떻게 펼칠 구상인지.
민 당선자는 “줄 대기 시도가 없었다. 서종진 부구청장이 중심을 잡고 공직사회를 단속했다. 잘한 일이다”면서 “만약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무원 인사는 구정원리(원칙과 신뢰, 공정성과 투명성)대로 하겠다”고 밝히고 “인사와 관련해 단 1원이라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민 당선자는 “인사에 시민참여제도(참여정부시설 객관적인 인사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해 청와대 시절에 배운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추천과 검증 기능으로 나눠 인사를 하고 권한(구청장)이 약해져도 무방하다”고 강조해 공정한 인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민 당선자는 “진급에서는 능력과 성과를 중심으로, 사무분장에서는 개인의 장점과 요구를 중심으로 배치할 것이다”면서 “인사와 관련해 ‘잡음’은 사라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 선거를 치르다 보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도움이 나중에 구정을 펼치는데 발목을 잡는 경우를 종종 봤다. 당선자도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 구정 운영에 지장이 없겠나.
민 당선자는 이 질문에서 평소 신념을 나타냈다.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도움을 주지는 않겠다는 의지다.
민 당선자는 “공천과정에서 민주당 광주시당공천심사위원회의 도움을 받았다. 모든 부문에서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그분들(공심위원)과는 이해관계가 없다”면서 있는 그대로의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선거에 나선 정치인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당연하기도 하다. 도움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면서 “따져봐야 할 것은 도움의 내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순수한 동기에서 나를 도와줬다. 힘들더라도 갚아야 할 부담이 큰 도움은 받지 않았다”고 발했다.
민 당선자는 “지지자들에게도 그렇게 말씀 드렸다. 도와주신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갚을 길이 없다, 더 크게 제대로 된 구정운영을 통해 공적으로 갚겠다. 이렇게 말씀 드렸고, 도와주신 분들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고 밝혔다.

♦ 기자출신인 당선자께서 앞으로 언론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가실 것인지.
민 당선자는 “언론과 야합하지 않겠다”면서 “언론은 언론의 역할을 구청은 구청의 역할을 서로 제대로 하면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공적 영역을 감시하는 게 언론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정확한 사실에 기초한 보도일 경우, 유불리를 떠나 구에서 관여할 여지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구 공직자들로 인해 언론이 피해를 봐서도 안되고, 거꾸로 언론으로 인해 구정업무나 공직자가 곤란에 빠져서도 안될 것이다. 서로의 자리를 지키고 원칙에 따라 자기 일을 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 당선자는 “개인을 기반으로 한 블로그, 카페, 트위터 등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미디어 환경이 다각화되어 있다. 전통적인 올드미디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하겠다”면서 “올드미디어를 포함해 다양화, 다각화되어 있는 뉴미디어까지를 언론으로 보고 관계정립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 지자체에서 집행부와 의회의 관계는 늘 논란이 있어 왔다. 의회와의 관계정립은 어떻게 할 것인지.
민 당선자는 민주노동당과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어 광산구의회에서 어떤 기대치로 다가설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 당선자는 “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이번 구의회 구성은 민주노동당 의원이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 구청장으로서 ‘야당의원’과의 관계 정립도 중요한 과제이다. 민주노동당도 구정의 파트너로 삼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것이 의회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견제·감시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점이다. 궁극적으로는 구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데 의회의 역할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또 “견제·감시뿐만 아니라 구민들의 일상적이고 세세한 의견을 듣고 구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도 구의회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제도, 기관이 구의회이다. 기본적으로 의회를 존중하고, 함께 일을 풀어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 올해 광산구의 재정자립도는 19.3%로 전년대비 -4%가 감소했습니다. 재정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대책은.
민 당선자는 “당선 후 가장 우선순위로 챙기고 있다.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 자립도 감소 등 재정위기를 겪는 것은 전국 자치단체 대부분의 현상으로 중앙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으로 부동산 교부세가 크게 줄어든 것이 1차적 원인이다”면서 “광산구의 경우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57억 원의 부동산 교부세가 줄었고, 수완지구 개발이 완료됨에 따라 개발 부담금(82억 원)이 감소돼 세입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여기에 출산장려정책, 보육료 지원 등 중앙정부가 국가시책으로 지원해야 할 사업들의 부담을 지자체로 넘기면서 매칭 부담률 역시 증가하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인구 유입은 행정 수요 증가를 불러와 공원관리, 청소, 가로등 공공요금 등 지출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민 당선자는 “앞으로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앙정부의 감세정책이 전환되고, 4대강 사업 등 국민 여론이 지적하는 필요 없는 사업에 대한 지출을 중단하고 그 재원을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면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들자면 8대2로 규정된 국세 대 지방세 비중을 현실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고 강조했다.

♦ 당선자께서는 공약으로 ▲송정리역 광주대표역 육성 ▲광주 군 비행장 이전 ▲평동 포 사격장 이전 ▲기업하기 좋은 도시, 규제해제 시범지역 육성 ▲광산의 지혜학교 설립, 고품질 방과 후 프로그램 도입 등을 대표공약으로 제시했다. 당선자의 공약은 전임 구청장이 추진했던 사업과 특별히 다르지 않고, 특히 광산구 장기발전 방향에 대한 제대로 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데.
민 당선자는 “광산구의 숙원사업으로 분류되는 큰 과제는 누가 구청장이 되든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전 구청장님들의 공약사항이 다시 반복되는 것은 광산구민들의 숙원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또 “민형배만의 특별한 공약은 구민들의 일생 전체를 펼쳐 놓고 구청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선거 공보물에도 나와 있는데 ‘생애주기공약’이 그것이다”며 “생애주기 공약은 ‘어디에 무엇을 하겠다’는 식의 사업 중심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때 누구에게 무엇을 하겠다’ 사람중심, 구민중심 공약이다. 사람 사는 세상, 더 좋은 광산이라는 선거 슬로건의 정책화가 ‘생애주기 공약’이다. 이 대목을 민형배만의 공약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 당선자는 “제대로 된 로드맵은 취임 이후 나올 것이다. 지금은 원칙과 방향을 설정하는 단계다”고 말했다.

♦ 송정역 공약은 광주역 이전·통합이 빠지고, 송정역을 광주대표역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으로 표현되어 있다. 광주역 이전·통합을 바라는 송정권 주민들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 데.
민 당선자는 “KTX가 개통되고, 광주지하철 1호선이 완공 된 이후 송정역 이용객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반면에 광주역 이용객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면서 “2014년 호남고속철이 개통되고, 송정역을 통과하는 고속철 노선이 늘어나면 송정역은 자연스럽게 광주의 대표역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자연스러운 흐름에 광산구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육성’이라고 표현했다. 흔히 역세권 개발이라고 부르는 송정역 육성을 통해 구도심을 활성화시키자는 것이 이 공약의 목표다”고 밝혔다.
민 당선자는 “송정역이 광주대표역으로 육성되면 광주역은 자연스럽게 호남고속철의 지선이 된다. 이전·통폐합을 이야기하면서 관련 지자체와 갈등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며 “광산구의 이익을 염두에 두면서 일을 진행시키는 건 필요하지만, 타지자체를 자극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광주공항 군사비행장을 2020년까지 광주외곽으로 이전하겠다고 제시했으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민 당선자는 “군공항 이전의 양 주체는 광주시와 국방부다. 광산구청이 개입할 공간은 사실상 없다. 주민들의 요구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거 공보에는 강운태 시장 후보 공동공약이라는 표기를 해 놓았다”고 밝혔다.
이어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면, 그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다. 2020년은 목표치를 말하는 것이다. 다른 인터뷰를 통해서도 밝혔는데, 지금까지 군공항 이전 문제는 광주시장-국방부가 핑퐁게임을 했던 사안이다”면서 “모두들 말을 조심스럽게 하면서 공을 이리 넘기고 저리 넘겼다”고 강조했다.
민 당선자는 “군공항 이전을 공약으로 내 놓은 것은 광주와 광산의 공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구청장으로서 할 말을 제대로, 확실히 하겠다는 의지이다”면서 “군공항 이전 문제를 앞장서 공론의 장으로 끌어 올리고, 김동철·이용헙 국회의원, 강운태 시장과 함께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광산구정과 관련해 가장 크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민 당선자는 “광산은 구도심 신도심, 농촌과 도시, 산업단지와 농업환경, 전통사회와 현대생활, 외국인과 내국인, 외지인과 토박이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곳이다”며 “이를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갈등과 격차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상호보완과 상생으로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 당선자는 “후자를 지향하는 방향을 광산구정을 펼쳐나가는 중요한 원리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 취임기획단이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방법으로 업무파악에 들어갈 계획인지.
민 당선자는 “취임기획단은 선거를 같이 치르면서 민형배의 철학과 구상을 몸에 익힌 분들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분들과 광산구청의 행정전문가들이 취임지원단을 구성해 광산구정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있다. 취임기획단과 취임지원단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다만 걸어온 길이 달라 생각과 스타일에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민 당선자는 “이 차이를 극복하고 통합된 시각, 실천과제를 뽑아내는 과정이 취임기획단과 지원단의 활동이다”면서 “동시에 지금의 활동은 광산구와 관련된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혁신행정을 구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고 강조했다. /대담·정리 _ 정운석 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