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가 공공시설물의 효율적 통합관리를 위해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후유증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더욱이 기초자치단체들의 시설관리공단 설립이 붐을 이루면서 최근 정부가 나서 기초단체의 공기업 설립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무분별한 난립과 부실경영에 따른 지자체 재정악화 우려를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광산구가 설립을 추진 중인 시설관리공단이 무엇이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어떤 일을 하게 되나

광산구가 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해 위탁하고자 하는 사업은 주차장 관리, 쓰레기규격봉투 판매, 문화예술회관 운영, 광산CC 운영, 유개승강장 관리, 종목별?동네 체육시설 관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등 7개 사업이다.
이 가운데 광산구가 가장 핵심 사업으로 꼽고 있는 것은 광산CC 운영과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사무이다.
광산CC의 경우 지속적인 적자가 예상되고 있어 경영효율화를 통해 구 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구에 따르면 생활체육시설인 광산CC의 경우 현재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측은 생활체육 저변 확대를 위해 많은 주민들이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수동카트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수동카트 고집은 오히려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가져오고 있어 이용률 저하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경우 영업 손실에 대한 책임이 없어 경영이 부실해 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점을 가지고 있다.
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의 경우 재정은 보조금으로 충당되지만 운영은 민간회사가 담당하는 준직영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지방공기업을 설립해 완전공영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윤논리에서 자유롭고,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지방행정 경영의 새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설립 추진 난항, 무엇이 문제

광산구는 올해 초부터 지방자치법 제146조, 지방 공기업법 제49조에 따른 지방공단을 설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위한 기초 용역을 마쳤다.
그리고 지난 6월 '광산구 시설관리공단 설립에 관한 조례안'이 제183회 임시회에 제출됐지만 졸속처리의 우려가 있다며 유례없이 의장 직권으로 상임위 회부를 거부해 파문이 일었다. 후반기 의정으로 넘어왔지만 후반기 첫 일정인 제186회 임시회에선 상임위 논의 끝에 결정이 보류됐다.
용역결과 10개 부문 모두 공단위탁 가능사무로 나왔지만 부적절?부작용이 예상되는 기준 점수인 60점에 근접한 63.6~61.5점 사이에 전체의 60%인 6개 부문이 해당돼 공단 설립의 적정성과 효율성에 의문을 표시한 것이다.
협의권을 가진 광주시 역시 "공단 설립은 가능하지만 광산CC 수지개선이 공단 설립의 1차 목표인 만큼 광산CC 운영권 회수가 확정된 후 공단설립 등 운영방법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기타 업무 역시 기업성보다 공공성이 강하고 광주 5개 자치구의 통일적 업무수행을 위해서도 공단위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정적 견해를 밝히고 있다.


◈정부가 제동을 건 이유는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기업을 설립하려는 지방자치단체는 설립과 운영 과정을 외부에 모두 공개토록 하는 ‘지방공기업 설립 운영기준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자체는 지방공기업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와 주민공청회 결과, 1·2차 시·도 협의 결과 등 모든 설립 과정을 지자체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야 한다. 또 지방공기업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이 완료되면 ‘검증심의회’를 열어 용역결과 적정성을 검토하고, 공사채 발행을 계획할 때는 차입금 상환계획의 적정성도 분석하도록 했다.
지자체 재정 악화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지방공기업의 난립을 막기 위한 취지다.
실제로 광산구뿐만 아니라 충남 천안시가 올해초 전체 55명 규모의 시설관리공단을 출범한 데 이어 경기 이천, 부산 강서구와 사하구, 충남 부여, 울산 중구와 북구, 인천 연수구 등이 설립을 추진 중이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박남춘 의원이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년도 기준, 공기업 부채는 광주시 7천423억 원, 전남도 6천31억 원에 이른다. 특히 광주시와 전남도 공기업 부채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광주시의 경우 부채가 4년 전 대비 160% 늘었다. 지난해 이자는 74억 원에 달했다. 6대 광역시 중 인천, 부산, 대구에 이어 4번째로 많았다. 지방공기업이 재정 악화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기초지자체들은 관리해야 할 시설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비해 인원은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지만 자칫 혈세가 과도하게 지출되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은 신설 공기업에 위탁하는 지자체는 관련 공무원의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 228곳 지자체 중 67곳 설립을 추진하거나 운영하고 있을 만큼 기초단체들이 너도나도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추진하는 이면에는 인력구조의 방만한 운영을 막는다는 행안부의 총액인건비 지침에 묶여 인력 증원이 어려워지자 이를 해결하려는 편법적인 공무원 늘리기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공단 설립이 공무원을 충원하는 것보다 예산이 과도하게 소요될 경우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음이다.

◈비리 복마전을 막아라

지방공기업이 1999년 설립 인가권이 지자체에 이양된 이후 방만한 경영이 문제로 제기됐다. 대표적인 지방공기업 사업 실패 사례로 꼽히는 오투리조트는 강원 태백시 산하 태백관광개발공사가 2001년 설립했지만 누적 채무가 3300억원에 달해 태백시 재정 파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광산구는 시설관리공단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공시설물을 자체 또는 민간위탁으로 관리하면서 고비용·저효율 체제가 지속되는 등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대민서비스를 위한 체계적·전문적,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시설관리공단이 설립된 이후도 문제다. 지자체가 설립한 시설관리공단의 관리.감독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 안동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 제수를 특별 채용했다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공공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돼야 할 공단을 거의 사유화 한 것이다.
경기도 안성시설관리공단은 인사심사위원의 처남을 일용직으로 특별 채용했고, 상근직 채용에도 특정 직원의 부인에게 부여할 수 없는 자격증 가산점수를 부여, 최종 합격자로 취업시켰다. 또 인사청탁의 금품이 건네진 사실이 감사에 적발됐다.
인천시 부평구시설관리공단의 간부는 사업비를 횡령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자체장이 자칫 퇴직공무원이나 측근 인사들의 활용처로 이용한다면 돈세탁 등 비리 복마전이 될 수도 있음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본질적으로 관리·감독 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똑같은 문제를 되풀이할 뿐이라"며 "제도적으로 투명한 감시?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