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넘어 권력 따라 이합집산

광산구의회는 광주지역 5개 기초지방의회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정당 분포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의원정족수 3분의 1에 이르는 5명의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의원들이 있으니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라는 1당 독식구조에 대해 비판과 견제감시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교적 균형 잡힌 의회 구성으로 인해 지역민들의 기대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를 평가한다면 과히 긍정보단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의회 내 권력다툼으로 의정활동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끼리 주류 비주류 경쟁이 치열한 양상이다. 여기에 광산구의회 내에서 야당역할을 수행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통진당 의원들은 오히려 힘의 균형을 좌지우지 하는 캐스팅보드 역할을 이용해 권력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이다.
광산구의회 주변에서 “올바른 척해도 당을 떠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다 똑같다”는 말이 나오는 대목이다.
현재 광산구의회는 크게 둘로 나누어져 갈등을 빚고 있다.
선거구획별로 보면 갑과 을 지역 의원들로 양분되고, 내부 갈등요인을 놓고 본다면 차경섭 의장을 위시로 하는 친(親)의장세력(차경섭·이준열·이영순, 통합진보당 소속 최경미·국강현·김도훈·김선미·김은정 의원) 대 반(反)의장세력(민주통합당 소속 박삼용·김명수·전양복·박묘님·조승유·채종순·김동호 의원)으로 나누어진다.

◇의장선거, 전반기 '멱살잡이' 후반기 '파벌싸움'

현재의 갈등양상은 후반기 의장선거에서 비롯된다.
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비록 의원간 멱살잡이 사태까지 벌어졌던 전반기 의장단이 선거이후 겉으로라도 안정을 찾은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후반기 의정은 의장 선출과 원구성에서부터 삐걱 거리더니 지금껏 화해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후반기 의장 선거에 있어 타당과의 연대를 금지한다’는 민주당 중앙당 지침이 내려졌지만 정작 선거과정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당 소속 의원들끼리 자체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고 결과에 절대 승복하는 한편 이를 어길시 중징계도 감수하겠다는 각서까지 썼지만 결과는 달랐다.
민주당 의원끼리 치러진 자체 경선에서 박삼용 의원이 후보로 결정됐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경선에 불복하고 후보로 나선 차경섭 의원이 의장에 당선된 것이다.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차 의장이 8표를 획득, 5표를 얻는데 그친 박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날 의장선거에는 전체 15명 의원 가운데 14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비록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됐지만 정치적 셈법은 여실히 드러났다.
친의장 세력으로 분류되는 이영순, 이준열 의원에 5명의 통진당 의원들이 힘을 모은 것이다. 구의회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는 민주당이 내분으로 3분의 1에 불과한 통진당의 결속력에 망신을 당한 셈이다.
특히 망신살 속에는 광산갑과 광산을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동철 의원과 이용섭 의원의 책임도 적지 않다. 구의장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두 국회의원의 배후 개입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인 만큼 애시당초 적극적 개입으로 화합을 유도하던지 아예 개입을 말던지 했어야 하는데 한 발만을 뺀 모습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어정쩡한 태도로 갈등을 야기했다는 비판이다.

◇갈라선 갑 vs 을…국회의원 책임론 대두

구의회 갈등의 원인인 의장 선거에 두 국회의원이 깊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돈다.
김 의원은 민주당 광산구의회 의장 경선 과정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전화를 구의원에게 일일이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측은 “전화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 지침을 잘 준수하라는 부탁을 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 역시 당초 지방의회 의장 선거는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의장 선거가 임박하자 당론을 따라야 한다는 등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뉘앙스의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갑과 을 지역구 국회의원의 알력다툼을 대변이라도 하듯 구의장 선거 이후 원구성(상임위원장 배분)에서 광산을 소속 구의원들이 전멸했다. 광산갑 의원들과 통진당 의원들이 골고루 나눠 가졌다. 광산구 전체를 놓고 볼 때 지역균형을 위한 안배는 전혀 고려되지 않아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를 반증해주는 상황은 현재까지 이어진다.
최근 민주당은 의장 선거 당론을 어겼다며 차 의장을 제명하고 이영순 의원 등에 대해 당원자격 1년 정지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번 중징계는 이용섭 의원이 직접 나서 일벌백계 차원에서 징계를 강력히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징계위원회가 징계를 보류했다. 김동철 의원이 ‘당사자들에게 소명기회를 줘야 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때문이다. 사실상 두 사람의 충돌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실제 지난 9월 모 행사장에서 만난 김-이 두 국회의원이 서로 인사조차 나누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주변 분위기를 어색케 만들었다는 게 이날 행사 참가자들의 증언이다.

◇갈등 심화 지역현안 뒷전…구민 직접 나설 때

문제는 광산구의회의 분열과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현안과 관련 힘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줘야 할 구의원들이 감정대립으로 구민 복지와 지역발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최근 차 의장이 의장직권으로 운영위원을 선임하면서 비주류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비주류 의원들은 광주시의회에서 성토 기자회견을 열고 의장 불신임안 제출을 결의, 불신임안은 오은 25일 제출할 계획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차 의장 개인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일이고, 구의회 갈등상황도 비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당장 지난 대형마트 및 SSM 영업제한 조례 개정에 있어서도 비주류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인한 두 차례 연기됐다가 의장 직권으로 겨우 통과된 바 있다.
또 어등산리조트와 관련 비주류 의원들이 성명을 내고 ‘골프장 선개장 반대, 당초 계획대로 이행’을 촉구하고 나서자 주류측은 되레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마디로 광산구의회는 2개의 의장단이 따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이를 중재하고 화합을 이끌어야 할 국회의원들마저 편가르기에 편승한 모습이어서 지역민들의 우려가 깊을 수밖에 없다.
지역 최대현안 가운데 하나인 송정복합환승센터 사업이 당초 5천억원 규모에서 1차 3천억원으로 변경되는 등 민자유치가 지지부진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고심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광산구민의 바람을 역행하고 있는 구의회,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제 구민이 직접 나서야 할 차례다.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