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이 한 고을 현령으로 부임해 관사의 옛 우물을 보니 물은 맑았으나, 맛이 쓴 것을 두고 “내가 쓰고, 맑은 사람이니 내 뜻과 맞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백이 마을에 선정을 베푸니 우물이 변해 맑고, 달달한 물이 됐다는 이야기다.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과학적인 근거 운운하며 청렴을 미화한 것으로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청렴 정책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간단치가 않다. 특히 청렴이 ‘사회적 자본’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목민심서>의 구절과 예는 시대를 뛰어넘은 탁견으로 읽힌다.
청렴은 사회적 자본이다. 청렴을 기반으로 사회 전반에 법과 제도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쌓이면 뇌물 같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회 구성원들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자신의 자원을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능력 이외에 지역·학벌이 사회에서 설 자리는 없어진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연수원 자료에 따르면 국가 청렴도가 1포인트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관심도가 26%, 1인당 수출생산력이 31%,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반대로 세계은행 보고서에 의하면 1달러를 뇌물로 제공하게 되면 1.7달러의 손실을 초래한다고 한다. 청렴이라는 사회적 자본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이처럼 크다.
최근 광산구에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2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결과 광주시 자치구 중 광산구를 으뜸으로 꼽은 것이다.
특히 광산구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과거에 비해 얼마나 청렴도가 개선되었는가를 묻는 ‘내부 청렴도 개선도’는 0.69로 전국 자치구에서 최고라고 한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조사 기간 동안 부패관련 사건이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매월 ‘부서별 청렴자체교육’을 실시하고, ‘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민·관 합동 다짐대회’를 개최하는 등 공직자와 주민이 함께 노력한 결과다.
민선 5기 광산구는 구정원리로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자율과 책임, 참여와 혁신을 제시했다. 청렴한 나라를 위해 구정을 넘어 사회 전반에서 곱씹어야 할 덕목으로 추천한다.
기울어가는 조선말기 청렴을 공직자 개인의 덕목임과 더불어 사회적 자본으로 의제한 다산의 혜안이 경이롭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한 나라의 청렴 바로미터를 공직자로 설정한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 ‘노블레스’가 ‘오블리주’하지 않는 사회에서 국민들을 향해 외치는 청렴은 공염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