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했었다. 비록 패했지만, 한국 정치사에 당 대표에 도전한 유일한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족적을 남겼다. 스스로 평가한다면?

돌아보건대 지금까지 혼자 하는 정치는 비교적 잘 해 왔다고 생각한다. 성과도 많이 냈다. 하지만 ‘함께 하는 정치’에서는 실패했다. 정치는 숫자게임이다. 아무리 훌륭한 꿈과 비전이 있어도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여전히 여의도는 시끄럽다. ‘정치 실종 사태’에 대해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다.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하나.

정치의 목표는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정치에는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정의는 없고,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가’에 대한 편 가르기 식의 이해관계와 진영논리만 있다. 최근 정국혼란과 정치 불신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플라톤은 ‘정의는 중용’이라고 했다. 진보든 보수든 극단을 버리고 주어진 상황과 여건 속에서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을 반영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극단과 분열의 정치를 넘어 중용의 정치가 가능하다. 그것이 정의다.

▲그렇다면 여야 모두를 비판하고 있는 민심의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고, 여야를 막론하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든 없든 이 사건으로 인해 사회가 혼란스러우면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이고 대통령의 지시, 명령을 따르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결국 힘 있는 정부여당이 국정 난맥을 풀어야 함에도 야당을 국정 파트너가 아니라 적군 개념으로 취급해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민생을 원활하게 논의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다. 국정 운영에 대해 평가한다면.

대통령 스스로 강조했던 원칙과 신뢰의 정치가 실종되어 가고 있다. 집권 초기부터 불거진 인사문제부터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민주주의 위기상황, 그리고 민생문제까지 지난 6개월간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우선,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그런데도 사람을 넓게 쓰는 인사가 아니라 측근인사, 도덕성이나 역사성에 문제가 있는 인사가 반복됐고, 우려했던 대로 국정운영 방식에 있어서도 소통과 통합이 결여돼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재정전문가다. 세법 개정안과 부동산 대책에 대한 입장은.

박근혜 정부 첫 번째 세제개편안의 최우선 과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왜곡시켜 놓은 세제를 정상화하는 것이어야 했다. 고소득자, 고액 재산가, 대기업에 대한 감세정책을 철회해서 여기서 필요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그래야 조세형평성도 높이고 조세수입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세제개편안은 부자감세는 손대지 않고, 봉급생활자와 중산서민들에게 세금 부담을 떠넘기려고 한, 한참 잘못된 세제개편안이었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 4일 만에 사실상 전면 철회했지만, 이는 결국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얼마나 졸속으로 만들었는지, 또 얼마나 무능한 정권인지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복지와 증세도 딜레마다. 이 의원께서 생각하는 묘안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저 부담-저 복지 국가다. OECD 34개국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에서 두 번째로 복지비 부담이 적다. 그렇다고 우리가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처럼 고 부담-고 복지로 갈 수는 없다. 우리는 ‘적정부담-적정복지’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현재보다 세금을 늘려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세금을 누구로부터 더 걷느냐가 중요하다.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막대한 세금을 깎아주느라 부족한 세수를 ‘국민개세주의’를 내세워서 봉급생활자들에게 십시일반 명목으로 세금 부담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정기국회가 열렸다.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분야는 무었인지.

정기국회는 예산 국회다. 가뜩이나 세금 걷기 어려운 마당에, 국가예산이 국가나 국민을 위해 필요한 우선순위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의 쪽지예산이나 불요불급한 예산이 끼어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제가 여전히 어렵다.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민경제를 활성화하고 상생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예산안 통과와 함께 민생관련 법률 처리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투명한 예산심사, 민생법안의 조속 처리, 엄정한 국정감사에 가장 역점을 둘 것이다.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지금의 대통령제로는 복잡 다양한 국민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로는 정치적ㆍ 경제적 민주화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현재 우리는 승자독식의 대통령중심제의 심각한 폐해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의회도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분권형 권력구조로의 개편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내각제 개헌도 그 중의 하나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도 흔들리는 게 현실이다. 올바른 지방자치 방향이 있다면?

기초의원,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난 대선 대통령 후보들이 모두 공약한 내용이다. 선거공약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미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정당공천제 폐지를 확정했다. 새누리당도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공약대로 하루빨리 공천폐지 당론을 내놓아야 한다.

▲지방선거가 10개월 남았다. 민주당으로서는 어떤 인물,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나.

과거와 같이 자기계파 사람 챙기기가 아니라, 참신하고 능력 있는 ‘좋은 인물’을 공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특히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새롭고 참신한 인물들의 수혈이 절실하다. 그동안 민주당은 어떤 측면에서는 당이 후보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민주당 ‘간판’ 때문에 후보들의 점수를 깎아먹는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전당대회 이후 당의 틀을 바꾸는 대수술과 체질을 바꾸는 내과적 처방을 했더라면 지금쯤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많이 회복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많다.

▲최근 안철수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호남지역 실행위원을 발표했다. 안철수 세력에 대한 호남민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안철수 세력이 여전히 타 지역에 비해 호남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율이 과거에는 압도적이었지만 현재는 민주당에 뒤처지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여론조사 결과도 간간이 보이고 있다. 호남의 민심은 박근혜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잘 견제할 수 있는 정당에 지지를 보낼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 지방선거의 호남지역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나?

민주당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감 때문에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정원 사건 등 일련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그래도 국정현안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해결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호남 민심이라고 본다. 민주당에 대한 미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것이 현재 민심이라고 본다.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지면 호남에서 민주당과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것이다. 승패는 ‘누가 더 괜찮은 후보를 공천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훌륭한 후보를 공천한 당이 이길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나타내면서 내년 지방선거에 유력한 광주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연말까지는 정기국회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 이후에 존경하는 광주시민들의 뜻을 살피고 광주지역 국회의원들과 상의해서 최종 결정을 하려한다.

▲마지막으로 광주시민들에게 각오 한 말씀 해 주신다면.

광주시민인 것을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도록 광주의 정체성과 정의감을 바로 세우는 정치를 하는 데에 열정을 쏟겠다.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