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 편지를 통한 아름다운 사상논쟁이 있었다. 조선의 대표적인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13년 동안 주고받은 사단칠정(四端七情)논쟁이 그것이다. 처음 만나 편지왕래를 시작했을 때 그들의 나이차는 무려 스물 여섯, 퇴계는 일가를 이룬 쉰여덟 살의 대학자로 성균관 대시성의 지위에 있었고, 고봉은 이제 갓 과거에 급제한 서른 두 살의 신출내기 선비였다. 두 사람은 이러한 나이나 지위에 구애받지 않고 학문 논쟁을 뛰어 넘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치와 처세, 나가고 물러남의 이야기, 집안 일까지 끈끈한 인연이 이어진다. 퇴계와 고봉이 했던 이 사상로맨스는 한국 성리학의 수준을 끌어 올리는 데에 크게 기여했고 오늘날 진정한 토론과 교류에 관한 귀감이 되고 있다.

꿈에 퇴계 선생을 뵙다
지난밤에 어렴풋이 스승을 모시었고 / 前夜依俙杖屨陪오늘 밤에도 정답게 웃고 말씀하시었네. / 今宵款曲笑談開분명한 생각으로 아직도 세상 걱정하시니 / 分明一念猶憂世선생께서 매화에만 집착 않으심을 알 수가 있네. / 可識先生不著梅

퇴계 선생을 생각하며 지었던 시로 고봉 선생은 1569년 봄에 한강에서 퇴계 선생과 이별한 후로 자주 꿈속에서 선생을 뵈었다고 한다.


호남정신문화의 산실 월봉서원
유관기관 소개
행주 기씨 문헌공 종중
행주 기씨 문헌공 자손으로 구성되어 월봉서원 춘추제를 봉향하고 선조의 유적 유품 조사 발굴 등을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 www.hjki.kr


월봉서원은
월봉서원의 역사는 고봉 선생 사후 7년만인 1578년, 호남 유생들이 지금의 신룡동인 낙암 아래에 망천사라는 사당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그 후 임진왜란 때 피해를 입어 지금의 산월동인 동천으로 옮겼는데, 1654년에 효종이 <월봉>이란 서원명을 내리면서(사액) 사우와 동서재, 강당을 갖추었다.
그 뒤 월봉서원은 1868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폐됐고, 1941년 현재의 위치에 빙월당을 새로 짓고 1978년 사당과 장판각, 내삼문, 외삼문을 건립하여 1991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현재 고봉 기대승의 학덕을 기리고 추모하는 행사인 춘추향사제를 매년 3월과 9월의 초정일에 월봉서원 사당인 숭덕사에서 행하고 있고, 시민과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월봉서원 교육문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고봉(高峯) 기대승은
고봉 기대승은 광주 출신으로 16세기 조선의 대표적인 성리학자다. 본관은 행주이며 자는 명언이고, 호는 고봉(高峰), 시호는 문헌(文憲)이다. 고봉은 퇴계와의 사단칠정을 비롯한 성리논변을 통해 자신의 학문적 지평을 넓혔고, 뒤에 다가오는 율곡 성리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 유학은 고봉과 퇴계의 사찰논변을 통해 보다 철학화되고 심화되어 큰 발전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후에는 월봉서원에 배향됐고, 주요 저서에는 『고봉집(高峰潗)』, 『주자문록(朱子文錄)』, 『논사록(論思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