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요한 여행의 목적은 일본의 선진 장애인문화 및 정책을 통한 장애인의 삶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해 힘 있는 분들께 개선해 달라고 요구를 위해 시도한 첫 걸음이었다.
결론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여행이었다는 판단이다. 이번 여행 중 수시로 느낄 수 있는 점은 장애인 편의 시설이 상당히 미비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몹시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오사카 성을 비롯해서 놀이기구 같은 곳들에 장애인 편의시설과, 외국인 장애인까지도 배려해주는 친절은 우리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다.
16명으로 이루어진 ‘선진지 견학’이라는 ‘무(모)한 도전’은 우리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됐고 다시 또 도전해보고 싶고, 가능할 것 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동기부여가 충분한 여행이었다.
일본의 장애인 시설과 우리의 현실을 비교하는 좋은 학습의 계기가 되었다고 확신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곧 신중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편집자주)



누군가는 왜 고생을 사서 하려는거야? 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인 것은 맞는데, 과연 가능하긴 한거야.? 라고 묻는다.
2017년 6월. 우리의 마을에서 일어난 무모한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무모한 도전의 처음은 지난 2016년에 시작됐다.
우리 마을은 소위 말하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광주광역시의 지원을 받아 우리 마을의 인권적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해보자는 목표로 시작된 인권마을사업을 통해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의 인권 이해와 실천의 사업을 목표로 한걸음씩 성장해가고 있었다.
우리는 마을에서 개선되어야 하는 세 가지의 인권의제를 선정, 그 실천을 위해 지자체장과의 간담회 개최, 현수막 등을 활용한 보이콧 등의 활동을 실천해 왔다.
지난 2016년 10월. 내 삶의 회상과 상호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인권캠프의 자리에선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무엇인가를 나누며 서로 독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실현
죽기 전에 관계가 단절된 자식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노모의 이야기, 로또 당첨 등의 개개인의 욕구에 기반 한 다양한 소원들이 공유됐다. 그 자리에서 나온 다양한 이야기 중, 장애인인권지킴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던 그 소원, “우리도 비행기 한번 타보는 게 소원이다.”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외국 땅을 한번 밟아보고 싶다”가 이번 8개월간의 프로젝트를 만들게 하는 시작이 됐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의 실현, 그리고 장애인편의시설 조사를 해 봤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의 장애인 편의시설의 현실과 비교할 수 있는 복지선진국을 본 적이 없는 우리의 현실이 이 여행을 도전하게 만들었다.
4개월 동안은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의 자원들을 모으고 찾아봤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금액이 소요되는 해외탐방 사업이다 보니 섣불리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참 좋은 사업인데... 의미 있는 도전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란 말들은 수 없이 들었다. 그러던 중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에서 실시하는 ‘볍씨한톨’ 공모사업을 알게 돼 문을 두드리게 됐다.
‘볍씨한톨’ 공모사업 참여를 위해 2주간에 걸쳐 매일 저녁에 모인 결과 600만원이라는 종잣돈을 마련했다.
하지만 10명의 장애인, 2명의 전문 활동보조인, 3명의 복지스텝, 1명의 일본전문가의 3박4일의 여정에 소요되는 약 2,000만원의 예산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먼저 참여자가 스스로 자부담을 약속했고 전문 활동보조인들도 뜻을 같이했고, 참여하는 스텝 또한 뜻을 같이 했다. 이로 인해 1,000만원이라는 거액이 마련되었다.
마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우리 마을에서 같이 공생하며 살아가는 동네 치과, 중화요리집, 약국, 슈퍼, 문방구를 만나며 우리의 취지를 이야기 했다.
또한 우리의 이야기를 온라인모금함에도 소개했다. 그렇게 만난 약 50명의 지역 후원자와 3,000명에 달하는 얼굴 모르는 전국의 후원자들, 그리고 광산구청에서 우리의 뜻을 공감해주신 다수의 공무원들의 정성으로 우리는 필요한 금액을 모을 수 있었다.
예산을 확보 했지만,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인천공항까지 가는 것부터가 우리한테는 숙제로 다가왔다.
10명이상의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버스가 광주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시 장애인체육회가 보유는 하고 있는 버스는 운동선수가 탑승했을 때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첫날 -우여곡절 끝에 일본 출발과 도착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 우리는 용감하고 무모하게 지난 6월 7일 오전 5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12인승 스타렉스 한 대, 휠체어리프트 차량 한 대, 1톤 탑차를 이용해 인천으로의 이동을 시작했다. 3대의 차량이 계속적으로 소통해 가며 새벽길을 달렸다.
장애인의 비행기 탑승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대한민국의 아시아나항공은 장애인 탑승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해 주는 것 같았다.
다른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우리는 4시간 전에 수속을 밟아야 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지만, 비행기를 탑승하는 단계에서는 가장 먼저 탑승하는 혜택을 받기도 했다.
항공사 직원과 우리 스텝의 도움으로 비행기 좌석에 착석을 하고 우리는 무사히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배려는 일본공항에서부터 시작됐다.
항공사 직원들이 입국심사를 받고 짐을 찾는 곳까지 에스코트 해줬으며, 모든 과정에서 기다림을 덜어주는 행정적 배려 또한 경험할 수 있었다.
일본에 왔구나를 느끼기도 전에 우리는 곧 바로 간사이공항-난바역을 잇는 공항 철도를 이용하여 숙소로 이동해야 했다.
그렇게 약 1시간동안 지하철을 이용하여 난바역에 도착,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인근에 있는 호텔로 이동했다.
그렇게 첫날은 숙박시설에 도착해 여독을 푸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둘째날-일본탐방 주목적 미션 실시
둘째날, 우리는 우리의 일본탐방의 주목적인 일본의 장애인정책과 문화, 편의시설, 장애당사자의 삶을 돌아보는 미션을 실시했다.
먼저 오사카 중부에 위치한 npo법인 중부 나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방문을 도전했다.
호텔을 나서서 약속된 장애인 단체인 ‘중부센터’를 방문하는 길을 걷는 순간 우리 일행은 점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17년간 장애인 상담 및 활동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해온 고쓰보 다꾸에보 소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일본의 자립생활센터의 현황과 기초 서비스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 할 수 있었다.
‘장애인들이 모여서 살자’라는 의지를 토대로 만들어진 그룹홈 리오.
정부에서 지원되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연금을 통해 개인 부담 방식의 생계비, 주거비 등을 지출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정착하기 보다는 작업장 등의 사회복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립을 목표로 생활하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되고 있는 균일화된 그룹홈 서비스, 자립보다는 눌러 앉는 현상이 더 많은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셋째날-일본은 타국 장애인에게도 동일한 혜택
셋째날은 여독을 풀기위한 관광의 날로 오사카성, 대관람차 관람, 아쿠아리움, 오사카 야경 관람으로 짜여졌다. 모든 이동은 지하철을 이용했다. 이제는 일본의 지하철 문화가 익숙해졌는지 놀라기보다는 당연함을 이야기하기 바빴다.
우리는 일본 오사카 성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실제로 한국에서의 장애인의 복지혜택은 공공시설과 관광지에서 자연스럽게 받아왔던 혜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받던 혜택이 일본에서는 타국의 장애인에게도 동일하게 제공된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놀람과 감사를 뒤로하고 대관람차로 이동했다. 대 관람차를 국내에서 장애인이 타기란 쉽지 않다. 공중에 떠서 일정방향으로 멈추지 않고 이동하는 대관람차는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은 달랐다. 총 60개의 관람차 중 3개의 장애인 칸에는 일반인이 탈수가 없다. 장애인이 타기위해 대기할 경우 자연스럽게 기구가 멈추게 되며 안전하게 탑승을 마친 순간 이 기구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뒤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일반 시민들은 이걸 당연하다는 듯 기다려주는 모습에 놀라고 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엄청난 배려를 통해 보게 된 131m 상공의 일본 오사카의 절경은 이 분들에게 큰 선물로 기억될 것이다.
일본은 대부분 관광지의 경우 장애인은 특별대우를 받는다. 기다림을 최소화 해주기 위한 과정은 기본이고,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이동까지 보장해준다.
특히 해당 기관의 직원이 별로도 배정되어 마지막까지 에스코트 해주는 부분은 감사를 넘어 감동의 수준이었다.


▲마지막 날-힘들기는 했지만 잘한 도전
마지막 날은 숙소 인근의 쇼핑몰을 방문했다. 주변의 지인과 가족에게 선물하기 위한 일본의 유명한 의약품과 관광 상품을 구입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행기 시간을 5시간 앞두고 우리는 다시 공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일본 공항 관계자는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혹 이용자가 부담을 느끼거나 미안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식당 밖 멀리에서 기다려주는 세심한 배려도 보여줬다.
그런 많은 배려로 우리는 인천공항 행 비행기를 무사히 탑승했고, 환대해주는 복지관 직원들의 피켓을 보며 무사히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우리가 이름을 붙일 때에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칭했다. 맞다. 처음 기획하는 단계에서의 환경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런데 무모한 도전이 마지막까지 무모하지는 않았다. 도리어 무한도전이 되어버렸다.
같이 참여한 장애인 중 누군가는 오사카에 도착한 순간 ‘내가 왜 이 미친 짓을 하자고 했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분이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우리의 3박4일을 되돌아봤을 때, 아 힘들기는 했지만 도전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글/ 박종민 하남종합사회복지관장 정리/조영문 광산저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