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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송정리역 ②
- 이현선 (전)광산문화원장
  • 입력 : 2024. 05.15(수) 00:08
[광산저널] ∎송정리역의 전신, 장록원과 선암역

조선시대에는 사람들이 이동할 때 교통수단이 없어서 걸어서 다녔다.
남도 지방 사람들이 서울(한양)에 올라가는 길목인 평동면 송촌 마을, 황룡강 나루터에 장록원(장록)이 있었다. 똑다리나 나룻배로 황룡강을 건너 선암 나루터에는 선암장터(구 장터)와 선암역이 있어 호남권에서 상거래로 유명한 곳이었다. 선암장터를 지나 어등산 북쪽 ‘무너미 재’를 넘어 하남을 지나 장성으로 해서 한양까지 걸어서 다녔다. 그러나 궁중의 극소수의 귀한 신분을 가진 자들은 가마와 말을 이용하기도 했다. 긴급을 요하는 정부 관료들은 말을 타고 다녔는데 관료가 장거리 출장을 갈 때면 마패를 가졌는데, 거리에 따라 마패에 새겨진 말의 숫자가 달랐다. 새겨진 말의 숫자만큼 말을 갈아탈 수 있었다. 마패에 말이 3개가 새겨져 있으면 말을 세 번 갈아 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벼슬에 따라 마패를 주었다고도 한다.

지금도 전국적으로 열차역 이름이 ‘원院’자로 끝나는 역이 여럿 있다. 즉 조치원, 사리원, 고막원, 장록원 등이 있는데, 이 ‘원’은 말을 갈아타는 곳을 말한다. 역과 역 사이에 관원을 위해 국영으로 운영하는 여관이다. 그래서 평동면 송촌 마을 장록원 주변에는 주막들이 있었고 말을 메어 논 나무들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송촌 장록 마을에 가면 커다란 나무가 3그루가 있다. 그 당시 말을 매어 논 나무라고 전한다. 그리고 선암장터(구 장터)는 한 말 일제 강점기에 일본 군경과 전투를 벌였던 우리 의병들이 어등산에 진을 치고 선암장터에서 식량을 구하고 정보를 얻어내고 일본 군경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장소였다. 1913년 일제가 송정면에 송정리역을 개통하게 되면서 교통의 여건 변화에 따라 상거래 권이 선암에서 송정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송정리역 광장과 집회문화

필자가 어린 시절(1960년 전후)에 본 송정리역 주변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송정리역 대합실 앞과 옆으로 넓은 흙 마당이 있어 그곳을 역전광장이라고 일컬었다. 그 송정리역 광장은 집회문화가 정착된 곳이었다.

해방 이후 반공을 국시로 삼았던 그 시절, 년 중 각종 궐기대회나 기념 행사장으로 이용되었다. 전방에 간첩 사건이나 공비가 발생하였을 때 ‘반공궐기대회’ ‘북한규탄대회’ 등이 수시로 열렸다. 그리고 ‘3.1 만세 운동’, ‘6.25 사변(한국전쟁)‘, 8.15 광복절 등 국가기념일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렸다. 그 궐기대회나 기념행사에는 광산구민들과 공무원, 군인, 경찰, 중,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의무적으로 동원되어 반공정신을 고취 시키고 일사불란한 사회체계를 갖게 하는 데 의미를 두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행사들이었다.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재미있는 볼거리를 주기도 했다. 행사장에서 울려 퍼지는 웅장한 군악대 음악 소리에 끌려 송정리역 광장 행사에 구경 갔다가 행사가 끝나고 송정 시내를 지나가는 멋진 시가행진을 보곤 하였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행렬 맨 앞에서 멋쟁이 악대장이 호각을 불면서 화려한 지휘봉(콘탁) 묘기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악대장 지휘봉의 신호에 따라 군악대의 웅장한 행진곡에 발을 맞춰 길게 늘어선 대열들이 각기 제복을 입고 프랑카트를 들고 일사불란하게 행진하는 모습을 구경하곤 하였다. 또한 송정리역 광장은 각종 선거 때 합동 유세장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곳이었다. 청중들을 동원하지 않고도 역세권의 유동 인구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운집할 수 있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지역 출신들이 외지에서 출세하여 금의환향하거나, 운동선수가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로 발탁되어 메달을 획득하면 환영 행사나 카퍼레이드 행사도 모두 송정리역 광장을 이용했다. 송정리역 광장 집회문화는 2000년도 호남선 복선화 공사와 KTX 개통으로 역사를 신축하면서 광장 면적이 줄어들어 집회문화가 사라지고 택시 주차장과 휴식 공간으로 변해 버렸다. 앞으로 광주송정리역 확장이 이루어지면 새로운 광장문화를 복원하여 광주 관문에서 문화예술의 고장의 면모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gsjn@daum.net